어렸을 때 게맛살을 참 좋아했더랬습니다. 향긋한 게맛살(사실은 명태살이지만…)의 부드러운 식감과 가늘고 길게 찢어서 먹을 수 있는 재미까지! 어머니가 김밥을 만드실 때 옆에서 하나둘씩 집어먹던 맛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데요.
게맛살의 원조인 한성기업이 압수수색을 당했다고 하네요. 뭔가 어렸을 적의 아련한 기억과 맞물리면서 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한성기업 압수수색이지만 묘한 여운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네요.
검찰은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 재직 시절 특혜성 대출과 관련해 한성기업 본사와 임우근 회장의 자택을 압수수색 했다고 알려졌는데요.
검찰은 강만수 산업은행장 재직 시절에 한성기업이 거액의 대출을 시중 금리보다 낮게 받은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합니다.
2011년 당시 한성기업은 연 5.87∼5.93% 이자율로 180억원을 대출받았다고 하는데요. 당시 한성기업이 다른 은행에서 대출받은 금리가 6.4%였다고 하니 0.5% 포인트 싸게 받은 셈이네요.
당시 어떻게 한성기업이 싼 금리를 이용할 수 있었는지는 한성기업 압수수색을 통해 앞으로 파악하겠지만,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과 임우근 한성기업 회장이 고등학교 동창으로 절친한 사이라고 합니다. 강 전 행장이 공직에 나가기 전에 한성기업이 고문을 지낸 적도 있었다고 하니까요.
만약 불법적으로 싸게 대출을 해줬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그 정도는 원칙의 범위에서 재량으로 해줄 수 있지 않나 싶기도 한데요. 대출 금리의 적정성은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검찰은 한성기업이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았던 2011년도에 한 바이오 업체에 5억원을 투자했다고 합니다. 이 바이오 업체는 우뭇가사리로 연료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라고 합니다.
우뭇가사리로 연료를???
이게 사실이라면 정말 획기적이 아닐 수 없죠. 땅을 파도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천연 재료로 바이오 에탄올 연료를 만든다니요…
그런데 이 업체의 대표가 지난달 사기죄로 구속됐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바이오 에탄올 상용화가 사기였다는 건데요… 그렇다면 한성기업도 피해자 아닌가요??
이 업체의 주요 주주들은 강 전 행장의 지인들로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도 44억원의 투자를 받았다고 합니다.
결국, 한성기업이 싸게 대출을 받은 자금이 이 업체로 흘러들어 갔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사실 한성기업 압수수색의 경우에도 근본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대우조선해양과 산업은행의 이름을 찾을 수가 있는데요.
국민의 혈세로 목숨을 연명하며 흥청망청 회삿돈을 펑펑 써대던 대우조선해양과 국책은행으로써 투명하지 못한 자금의 흐름을 보여준 산업은행.
이 두 기업과 은행의 부조리에 한성기업 압수수색으로 애꿎은 게맛살 등만 터져나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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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기업은 압수수색을 왜 받게 되었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