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꽃다운 나이의 20대 군인이 손가락 골절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간호사의 약물 투여 실수로 사망했습니다. ㅠㅠ 게다가 병원은 조직적으로 증거를 은폐하려는 정황까지 드러난 상황입니다.
지난해 3월 인천 가천대 길병원의 한 간호사는 손가락 골절 접합수술을 받고 회복을 위해 병동으로 온 군인에게 주사를 놨습니다. 당시 의사는 궤양을 방지하는 ‘모틴’과 구토를 막는 ‘나제아’라는 약물을 처방했는데, 이 간호사는 마취를 할때 기도삽관을 위해 사용하는 근육이완제인 ‘베카론’을 잘못 투약했다고 합니다.
이 잘못된 주사를 맞기 2분 전까지 친구들과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주고받던 군인은 투약 후 3분 뒤 심정지 증상을 보였다고 하네요. ㅠㅠ 결국 40분 후쯤 병실을 찾은 군인의 누나에게 뒤늦게 발견됐지만, 의식불명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한 달 후에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숨졌다고 합니다.
이 군인의 가족은 얼마나 황당할까요? 중대한 질병에 걸려서 운명을 달리한 것도 아니고, 비교적 간단한 손가락 골절에 의료사고가 이어져 변을 당했으니까요. 혈기왕성한 20대 군인이 허무하게 가버렸네요. ㅠ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더욱 어이가 없는 건, 이 의료사고와 관련해서 병원은 조직적으로 증거를 은폐하려고 했던 정황까지 드러났다고 하는데요.
처음에 해당 간호사는 수사기관 조사에서 “주치의가 지시한 약물을 정상적으로 투여했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으나 재판부는 수시로 비우게 돼 있는 간호사의 카트에서 사고 후 베카론 병이 발견된 점 등의 정황증거와 간접증거를 토대로 검찰 측의 공소사실을 인정했다고 합니다. 그런 위험 약물이 간호사의 카트에 있다고 하는 것은 이번 의료사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겠네요. ㄷㄷㄷ
또한, 병원 측이 사고 발생 직후 병동 안에 있던 베카론을 없애고 간호 기록지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 각종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한 정황도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고 하는데요. 의료사고라는 게 워낙 피해자가 입증하기 어려운 내용이라 자칫하면 꽃다운 군인의 죽음이 허무하게 묻힐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사고로 기소된 간호사는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고 하는데요. 한 개인의 실수와 잘못이기 이전에 병원과 의료계 전반적인 시스템을 점검해 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저런 사고는 정말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사고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