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입고서 회사에 가도 깔끔하기만 하면 괜찮을 텐데
여름 교복이 반바지라면 깔끔하고 시원해 괜찮을 텐데
사람들 눈 의식하지 말아요 즐기면서 살아갈 수 있어요”
예전 DJ DOC가 한창 주가를 높여 인기의 고공행진을 해 나갈 때 나왔던 ‘DOC와 춤을’이라는 노래의 가사인데요. 당시에는 파격적이고 유쾌한 가사와 리듬, 멜로디가 더해져 흥얼흥얼 재미있게 불렀었죠. ㅎㅎ 당시에는 청바지를 입고 회사 출근하는 게 파격이었던 것 같은데요. 요즘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모습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반바지를 입고 출근하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도 삼성전자에서 말입니다.
삼성전자가 ‘스타트업’을 제2창업의 모토로 한 ‘뉴삼성’ 문화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세계 시장에서 초심으로 조직문화를 개편하기 위한 삼성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 같군요.
80년대만 하더라도 삼성의 인지도는 현대에 밀리고, 가전제품에서도 럭키금성에 이은 2위 기업의 이미지였습니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의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신경영 선언으로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죠. 하지만 더는 성장동력을 찾기 어려워 보이는 시장에서 삼성은 다시 한 번 뼈를 깎는 쇄신의 모습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는 새로운 조직문화 개편안을 마련해서 내년 3월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인데요. 기존 연공주의 중심의 인사제도를 직무와 역할 중심의 인사체계로 개편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직급체계를 현재의 7단계에서 4단계로 줄이고 호칭을 ‘님’이나 ‘프로’로 한다고 하는데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히딩크가 우리나라의 선후배 관계를 허물기 위해 반말을 시킨 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직급단계를 순차적으로 거치는 대신 ‘동시 보고’를 활성화한다는 계획인데요. 정말 우리나라는 보고를 위한 보고가 많아서 업무능률을 갉아먹는 경우가 많죠.
또한, 불필요한 회의와 야근 문화도 척결한다는 복안인데요. 자유로운 사내 문화를 장려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반바지’ 출근 역시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우리나라 상명하복의 사내 문화와 위계질서를 생각해 봤을 때 어느 정도 정착 기간은 필요하겠죠. 만약 삼성전자에서 자유로운 사내문화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다면, 다른 기업에서도 반바지 출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