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 폐지 합헌, 이제 물고기가 용이 되는 길은 사라졌다
이제는 아득히 먼 옛날의 일처럼 느껴집니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의 편모슬하에서 삯바느질로 자식을 키워 공부를 가르치고, 그 자식은 바늘로 허벅지를 찔러가며 공부에 매진해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옛날이야기’ 같은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곤 했었죠. 그럴 때마다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이지만 가슴이 훈훈해지고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옛날이야기’는 정말로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사법시험 폐지 합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이로써 1963년부터 시행된 사법시험은 2017년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대신, 2009년 도입된 로스쿨과 변호사시험 제도가 사법시험의 빈자리를 채우게 됐습니다.
즉, 연간 2천여만원의 로스쿨 학비를 감당할 수 없다면 법조인이 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된 겁니다.
필연적으로 있는 자와 가진 자들이 기득권을 틀어쥐기가 좋아진 상황이 됐다는 건데요.
몇 달 전 가족채용 논란에 휩싸였던 서영교 의원의 딸은 국회 인턴 경력 이후 로스쿨에 입학했고, 서영교 의원은 2016년 법사위에서 사시존치법안의 통과를 저지하는 데 공헌을 했죠. 이를 두고 호사가들은 로스쿨 다니는 딸을 위해 사시존치를 저지한 게 아니냐는 썰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물론 사실은 아닐 겁니다.
국회의원의 친인척 보좌관 채용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하지만 앞으로 이런 논란들은 이번 사법시험 폐지 합헌으로 더욱 불거져 인간의 계급을 수저로 표현한 수저계급론이 더욱 설득력을 얻지 않을까 우려되기는 합니다.
세상은 정말 빠르게 변해왔습니다. 앞으로는 변화의 속도가 더 빨라지겠죠. 이제 사법시험 폐지 합헌 결정으로 신림동에서 청춘을 불사르며 희망의 동아줄로 미래를 그려나가는 고시 낭인도 더는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다만, 로스쿨이 현대판 음서제도로써 계층의 대물림 도구로 자리 잡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