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현직 부장판사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었기 때문인데요.
정운호 전 대표가 여변호사의 팔을 비틀어 생긴 후폭풍이 대한민국을 강타할 정도의 위력을 가진 태풍이 되어 돌아왔네요.
사실 부장판사의 뇌물수수 외에도 현직 판사의 성매매나 음란공연행위 등도 있었고, 비상장주식으로 100억원이 넘는 차익을 실현한 진경준 검사장 비리 등 법조계 전반에 뿌리 깊은 부패와 상식 이하의 모습들로 참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는데요.
그로 인해 70세가 다 되어가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국민 앞에 고개를 숙여 사과하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과를 하면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이 후련하고 개운한 게 정상인데, 대법원장 대국민 사과에도 마음속 응어리는 쉽게 풀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에서 과장된 설정으로만 생각했던 고위층의 각종 비리와 범죄 행위들이 현실이 되어 국민의 마음을 후벼 팠습니다. 그 상처가 쉽게 아물 수 있을 것 같지 않네요.
대법원장이 법관 비리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로 10년 만의 일이라고 합니다. 이전 두 번의 대법원장 대국민 사과는 지난 1995년 ‘인천지법 집달관 비리사건’과 2006년 법조 브로커로부터 금품을 받은 조관행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구속되는 사태 때 있었다고 합니다.
양 대법원장은 사법부를 대표한 사과와 함께 “앞으로 밝혀질 내용에 따라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는데요.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그들만의 리그에서 얼마나 공정하고 엄정한 조치가 취해질지는 별로 궁금하지도 않네요.
그리고 중추적 위치에 있는 중견 법관이 부정을 저질러 참담한 심정이라고 토로했지만, 진정 참담한 마음은 국민들이 훨씬 더 크게 느끼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대국민 사과에도 불구하고 불같이 화가 치밀거나 혹은 측은지심이 들지 않고 마음의 동요가 전혀 일어나지 않는 점. 이런 상황까지 오게 만든 그 문제가 더 큰 것 같습니다.